보통 2주 정도의 유럽 여행 일정을 짜는 경우 인터라켄을 이틀 혹은 길어야 삼일 정도 일정을 넣어서 융프라우를 올라갔다 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서 다녀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인터라켄의 날씨가 흐린 날씨의 비중이 꽤 많고 인터라켄 시내의 날씨가 좋아도 융프라우 꼭데기의 날씨가 안좋을 확률은 더더욱 높다는 것이다. 

만약 이곳에 있는 일정 내내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리면 융프라우를 보고 오겠다는 목적 자체가 완전 망하는 것...

그래서 인터라켄의 대부분의 숙소 로비에는 융프라우 등의 주요 봉우리 날씨를 실시간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일정을 짤 때 처음에는 이탈리아를 늘이고 스위스를 이박삼일 정도 하려다가 기왕 간거 산에 오르는 일정을 고를 수 있도록 느긋하게 5박 6일(실제로는 만 4일 반 정도)을 잡아서 날씨가 안좋으면 유람선을 타거나 루체른을 다녀오는 것으로 일정을 짰는데 결과적으로는 무척 잘 결정한 일이 되었다.

인터라켄에서의 첫날 밤, 파리에서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애들 엄마가 밤새 아파서 고생을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싶어서 국제전화로 대한항공에 문의를 해보니 항공권이 귀국 일정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귀국편 장소는 변경이 안되고 스위스에서 돌아오려면 일인당 70만원을 내고 변경을 하란다. 

돈도 돈이지만 다시 오기 힘든 여행 기회라는 생각에 여러 후기들을 찾아보니 인터라켄에서 병원을 다녀온 후기가 나오기에 일단 병원을 가보기로 결정을 하고는 리셉션에 가서 근처에 갈 수 있는 병원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이곳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병원비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정말로 죽을 병이 아니라면 병원을 가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단다.

대신에 시내의 약국을 가면 닥터들이 있어서 왠만한 검사는 다 할 수 있다면서 서역 근처에 있는 약국(Dr. Portmann) 위치를 알려준다.

일단 알려준 약국을 가보니 정말로 여기는 약국에 닥터가 있다...

대략 증상과 경과를 얘기하고 몇가지 검사를 하더니 항생제를 10일치를 처방해주는데, 계산 금액이 자그마치 72프랑, 대략 10만원 돈이다.... ㅋㅋ

그래도 약먹고 이날부터 증세가 좋아져서 계획했던 여행을 끝까지 별 문제 없이 마칠 수 있었으니 정말이지 다행이었고, 거기에 그동안 해외 다닐 때 한번도 챙겨먹지 못했던 여행자 보험 덕분에 이번에는 약값도 보험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으니 이날의 약국은 이번 여행 최고의 도우미가 아니었나 싶다. 

인터라켄 시내... 시내라고 해봐야 서역과 동역 사이가 2km 정도.. 넉넉잡고 천천히 걸어도 25분 정도면 시내를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이고, 서역에서 동역까지의 위에 보이는 큰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호텔이나 상점, 레스토랑 들이 모여있다.

수제 초코렛 상점... 

하나 사먹어 볼 걸 그냥 와서 못내 아쉬운 가게... 근데 가격이 완전 사악했던 기억... 

전날 김치를 샀던 STAR 식당(오른쪽 문)은 서역 광장에서 길 건너편에 위치해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스위스인들의 자세.. 흐르는 강물의 일부를 그대로 이용하여 정원의 호수처럼 집을 지었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아마도 첫번째는 융프라우, 두번째는 스위스인들의 집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듯.

약국을 나오니 이미 융프라우를 오르기에도, 루체른을 가지에도 너무 늦었기에 나머지 하나의 일정인 툰 호수의 유람선을 타고 슈피츠에 다녀오기로 하고 서역 Coop에 들러서 점심으로 먹을 닭다리 요리랑 빵 등을 사서 선착장으로 갔다.

서역을 지나는 철로의 시내 반대편에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위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갈 수 있다.

인터라켄 West 에서 슈피츠는 기차로는 20분, 유람선으로 1시간이 걸리는 바로 이웃 도시이다.

유람선 가격은 편도로 어른 편도가 25프랑. 우리는 어른은 하프패스, 아이들은 주니어 패스로 무료로 해서 총 25프랑이 들었다. 1등석은 위층에도 올라갈 수 있지만 굳이 햇볕도 뜨거운데 올라가서 볼만큼 중요한 것은 아닌 듯 하다.

유람선을 타고 가서 또 유람선을 타고 오는 것은 지겨울 듯 하여 슈피츠 선착장에서 슈피츠 시내를 가로질러 기차역까지 산책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유람선 시간은 관광 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는 교통 시간 안내서(이건 계속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를 보면 알 수 있으며, 혹은 유랑 카페 최피디 님의 글을 참조하면 된다.

http://cafe.naver.com/firenz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78992&

스위스 관광청 사이트에서도 각종 교통 시간 안내 및 브로셔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한다.

http://www.myswitzerland.co.kr/mboard.asp?exec=list&strBoardID=shim007

선착장에서 호수로 나가는 길... 

날씨도 너무 좋고 바람도 선선하고 유람선 관광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이다.

스위스에 처음 기차타고 들어갔을 때 가장 인상깊은 모습이 바로 산위에 곳곳에 초원이 있고 그곳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사는 것이었다. 

아마도 목초지는 일부러 나무를 베고 조성한 듯 한데 멀리서 보면 자연과 함께 어울러져 있는 집들의 모습이 그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것도 몇일 계속 보면 나중에는 너무 익숙해지기도 한다.

호수가에도 집들이 바로 물가에 붙어서 지어져 있고, 사람들은 물가에 나와 오리들에게 밥을 주며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느긋하게 느껴진다.

곳곳에 조성된 호수변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스위스 사람들...

사실 우린 살짝 서늘하게 느껴지는 날씨였는데, 이곳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이 차가와 보이는 물속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컷..

항상 느끼지만 눈으로 보이는만큼의 아름다움을 사진은 담아내지 못한다... 그걸 담아낼 수 있으면 작가겠지...

절벽에 매달려서 조성된 도로... 저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호수로 떨어지는 멋진 자연의 모습들...

호수를 따라가면서 곳곳에 나타나는 호수변 마을들...

이렇게나 물가에 붙여서 주택을 조성한 것을 보면 아마도 이곳의 호수들은 수위가 일정한 듯 하다.

호수변에 조성한 수영장... 한떼의 어린 아이들이 겁도 없이 저 퍼런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슈피츠로 가는 길에 호수가 곳곳의 마을에 6번의 선착장을 들르는데, 유람선은 단지 관광객들을 관광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곳 주민들의 수상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저런 목초지는 어떻게 조성하는 것일까...

곳곳에 동화처럼 꾸며진 마을들....

역시 물이 있고 돈이 있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요트이다...

호수변 마을 앞 선착장에는 요트 계류장들이 늘어서 있다.

뭔가 조금은 현대식 건물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

이 아름다운 자연과의 조화 속에 건설 작업 중인 크레인이 참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드디어 도착한 슈피츠 선착장... 멀리 보이는 버스를 타면 기차역까지 갈 수 있는 듯 했다.

툰 호수의 유람선은 인터라켄에서 툰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왕복 운행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주변 경치가 감탄이 나오지만 계속 똑같은 것을 보면 나중에는 지겨울 수 있기 때문에 슈피츠, 인터라켄 정도의 1시간 편도면 유람선 관광은 충분할 듯 하다.

파리에서 인터라켄 가는 길에 슈피츠역에서 내려서 선착장까지 와서 유람선을 타고 가는 것도 좋을 듯 하고, 아님 우리처럼 하루 거꾸로 배타고 왔다가 느긋하게 슈피츠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것도 좋겠다.

슈피츠 선착장에서 한컷...

선착장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 출발~

슈피츠는 유럽여행에서 빠뜨리지 않아야 할 50가지 중 하나에 꼽힐만큼 산책을 하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이다.

우리의 스위스 일정의 테마가 느긋한 여유였기에 걷다가 구경하다가 쉬다가 하면서 기차역까지 걸어갔는데, 좀 오르막이라 힘들긴 했어도 돌아보면 무척 기억에 남았던 도시이다.

선착장을 나가자 마자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올라가보면 조그마한 성당이 무척 고풍스럽다.

성당 앞 전망대에서 바라본 툰 호수... 정말로 '평화롭다'..란 표현이 어울리는 곳...

슈피츠에 오면 이곳 성당에 올라와서 꼭 시원한 호수의 바람을 맞으며 쉬어가길 권해본다.

성당 전망대에서 울 큰 아들 덕분에 엄마랑 아빠랑 한컷... 어릴때부터 카메라를 가지고 놀아서 사진은 꽤 잘 찍는다..

성당을 지나면 호수변에 수영장, 요트장과 함께 호수변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다.

근데 이런 곳을 지나다니는 동양인이란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이는지,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노상 까페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무척 무안스럽다. 

호수가에 조성된 요트 계류시설들...

예전 어바인의 뉴포트비치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호수에서의 요트 여행도 꽤 멋진 일일 듯 하다.

이런 곳을 보면 그냥 안지나가는 우리 꼬맹이... 생각보다 물이 많이 차갑지는 않았다.

슈피츠 중앙에 위치한 공원... 간단한 놀이 시설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계속 오르막을 올라서 기차역 가는 길... 

인터라켄에서 파리를 갈 때 유람선 타고 와서 기차역으로 가서 타는 일정도 많이들 짜는 것 같았는데, 만약 이걸 짐들고 올라온다면 날도 더운데 완전 삽질이 될 듯 싶다.

기차역 가는 길에 본 가판대에 걸린 슬리퍼..

우리나라에서 한 오천원이면 살 수 있을 듯한 물건을 30프랑, 거의 4만원을 받는 나라이다...

기차역에 거의 도착해서 내려다면 슈피츠... 오른쪽으로 우리가 들렀던 성당이 보인다.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덥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들에게 역 바로 옆에 Migros 마트에서 콜라 하나씩 물려주고 슈피츠 역에 가보니 표 파는 곳이 없다.

당시에 뭔가 새로 리모델링이라도 하는지 역 곳곳에 공사 중이고 티켓은 자판기에서 각자 알아서 사라고 한다.

슈피츠에서 인터라켄 웨스트까지 성인 4.9프랑.. 사실 워낙 짧은 구간이라 검표도 하지 않기에 그냥 타고 가도 될 듯 싶긴한데 혹시나 걸리면 국제적인 나라 망신이니 얼마 안하는 금액인데 그런 짓은 하지 않도록 하자... 

4시쯤 인터라켄 서역으로 돌아와서 서역 앞의 신발가게에 들러서 영국에서 두고온 쪼리를 대신하여 새 쪼리를 하나 하고, 서역 옆에 위치한 또 다른 대형 마트인 MIGROS 에 들러서 물과 복숭아를 샀는데 Coop보다 MIGROS가 식료품 물가는 좀더 싼 듯 했다.

102번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오늘의 저녁은 스위스 오면 꼭 한번 먹어보자던 퐁듀를 먹으러 Chalet Oberland 호텔 식당으로 갔다.   

스위스 퐁듀에 대한 후기를 보면 오리지널인 치즈 퐁듀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냄새가 적응이 안된다는 얘기가 많다.

대신 고기를 기름에 튀겨먹는 차이니즈 퐁듀가 우리나라 샤브샤브랑 비슷해서 무난하다고 하여 우리도 차이니즈 퐁듀로 시켜보았다.

샐러드는 별도로 8프랑을 받으며, 리필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차이니즈 퐁듀란 기름에 튀기는 샤브샤브에 여섯가지 다양한 소스가 나오는 음식... 정도로 정리하면 될 듯 하다.

기름을 위와 같은 냄비에 끓여서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기름에 살짝 익혀먹으면 된다.

여기에 꼬맹이용 송아지 스테이크 하나 추가해서 가격이 거의 20만원 정도...

사실 가격 대비 만족감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스위스에 와서 퐁듀는 먹어보았다는 경험 측면에서는 한번 먹어볼만도 하지 않을까... 

그래도 아이들은 이 때가 맛있었는지 지금도 종종 퐁듀를 해달라고는 하는데,.. 뭐 퐁듀가 별건가..? 집에서 샤브샤브로 만들어주면 이날 먹은 가격으로 한 20인분은 만들 수 있을 듯 싶다.

서양에서는 어딜 가나 모든 음식에 반드시 많은 양의 감자튀김을 내주는 것이 보통.... 이번 여행만큼 감자튀김 많이 먹어보기도 처음인 듯..

각 나라마다 제대로 된 만찬은 한번씩 먹어보기로 하고 스위스에서 고른 퐁듀...

식사 후 이날 따라 엄청나게 강하게 불던 바람을 뚫고 숙소로 돌아와며 내일 과연 융프라우의 날씨가 괜찮을지 걱정하며 나름 느긋했던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Posted by Golmong
:


오늘은 드디어 파리의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이동하는 날.

아침 8시 기차라서 6시20분부터 일어나서 소세지와 요거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서 리옹역으로 이동한다.

리옹역 전광판을 보면 열차편명이 숫자로 된 것과 글자로 된 것으로 구분이 되는데 숫자로 되어있는 스위스 가는 TGV의 경우 플랫폼이 안쪽으로 한참 걸어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주의할 것은 TGV를 탈 때는 반드시 티켓을 플랫폼의 노란 박스에 넣어서 펀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경우 Frasne 까지 TGV이고 Frasne에서 베른까지는 스위스 열차를 타게 되는데 발권은 두가지 모두 리옹역에서 하지만 펀칭은 역무원 답변으로는 TGV만 하면 된다고 했다. 



TGV 타고 한컷.

역시 미리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로 마주보는 좌석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어서 편하게 갔다.

티켓을 일일이 확인하는 차장에게 Frasne 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를 갈아타는데 오래 걸리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도 내리면 바로 같은 플랫폼에서 탈 수 있으며, 열차는 바로 널 기다리고 있다(The train is ready for you ! )라는 농담을 날려주신다.


2시간 50분 정도 지나서 도착한 Frasne 역에서 베른으로 가는 열차를 타서 우리가 타고 왔던 TGV를 한컷 남겨본다.


파리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편은 베른을 거치는 것, 로잔을 거치는 것, 바젤을 거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중 내가 열심히 가격 비교하면서 가장 짧은 동선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Frasne에서 갈아타고 베른에 도착하여 다시 Inter City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것은 별로 걱정이 없었는데 Frasne 에서 갈아타는 시간이 겨우 8분이라서 혹시라도 연착되거나 역에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멀면 어쩌나 등등으로 많이 걱정을 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에 대해서는 적당한 정보가 검색이 되지 않았다.   


결론은 내리자 마자 눈앞에 서있는 열차로 이동하면 되니 시간이 걸릴 것도 없고, 혹시나 TGV가 연착이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 갈아타는 열차 자체가 완전 TGV 환승 전용인 걸로 봐서는 열차를 놓칠 경우는 없으리라 생각이 된다.



갈아탄 열차는 무슨 완전 옛날 비둘기호 같은 완행 열차인데, 좌석도 지정이 없고(머.. 자리는 텅텅 비니까..) 심지어 창문이 아래 위도 풀로 열리기도 한다. 



Frasne 에서 베른으로 가는 완행 열차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마치 드디어 정말 스위스에 왔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스위스 고유의 유유자적한 목가적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창밖 경치를 구경하면서 준비했던 간식거리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전체 한시간 반 정도를 지나니 스위스 연방의 수도인 베른에 도착...

흐음. 베른에서는 바로 열차를 갈아타다 보니 사진도 없다...


흔히들 스위스의 수도가 어디냐고 하면 제네바 정도로 대답하지만 실제로는 베른이 스위스 연방의 수도이니 누가 물어보면 제네바라고 하지 말아햐 할 듯...


베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끼는 문화적 차이가 바로 영어가 안보이고 독일어 안내만 나온다는 것...

베른에서의 정보가 부족하여 무작정 아무 가게에 들어가서 티켓을 물어보니 계단을 내려가서 티켓을 사야한다고 한다.

일단 엄마랑 애들을 앉혀놓고 혼자서 열심히 카운터를 찾아서 스위스 반액카드를 달라고 하니 유랑에서 알려준 99프랑이 아닌 110프랑을 달라고 하는데다, 아이들은 공짜로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 용 Junior 카드 역시 돈을 받는다. 

잠깐 몇마디 어필을 하니 완전 불친절하게 그럼 그냥 가라... 라는데 결국 인터라켄 가는 IC 열차까지 해서 거금 306프랑을 내고 반액카드와 IC 열차 티켓을 받아왔다.

일하는 것은 어찌나 느긋한지 이거 발급하는데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주의 할 것은 반액 카드, Junior 카드 발급 시에는 반드시 여권이 있어야 하니 미리 준비해둔다.  

Junior 카드에 대한 것은 원래 받는데 유랑에서의 정보가 잘못된 것인지, 아님 그 부스의 아저씨가 구라를 친것인지 확인이 필요할 듯 하다.

결국은 예상했던 것보다 50프랑이 더 지출되었고 어쩌면 그냥 스위스 패스를 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외에 베른 역에서 본 가장 큰 황당한 점은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려면 자그마치 2프링 (우리돈 3천원 정도)을 일인당 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냥 잠시 기다렸다가 열차에서 화장실을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베른에서 보낸 시간은 겨우 1시간 반... 오후 2시 열차로 인터라켄을 향해 출발...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인터라켄 서역... 

역이라고 해봐야 외부와 따로 구분되는 것이 없어서 플랫폼 바로 옆이 그냥 버스 다니는 도로이다... 

건물 안에 있는 역에만 익숙한 나로서는 꽤나 생소한 모습이었다.


우리의 숙소인 백패커스 빌라 호스텔의 경우 서역에서 102번을 타면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는데, 예약 메일에 보내주는 임시 버스 패스권을 이용하면 따로 돈내지 않고 인터라켄 시내의 모든 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게 되어 있다.

숙소에 도착하면 다시 정식 패스권을 주므로 그 이후에는 정식 패스를 사용하면 되는데 주의할 것이 패스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 우리는 안적고 다니다가 한번은 기사가 적으라고 지적을 해서 그때서야 적었다.  


서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도 15분 정도 거리인데 사실 인터라켄 전역이 좌우 길이가 2km 되지 않기 때문에 짐만 없다면 걸어서 다니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도시 규모이다.



인터라켄은 다양한 레포츠로도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패더글라이딩이 매우 유명하다.

하늘을 쳐다보면 언제나 엄청난 수의 패더글라이더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스텔 마당에서 바라보는 융프라우는 한여름에도 눈으로 덮혀 신비로운 자태를 보여준다.


드디어 아침 8시에 출발하여 오후 3시에 스위스 숙소인 백패커스 빌라 호스텔에 도착...

스위스는 유럽 최고의 물가에 걸맞게 숙박 시설도 비싸기 그지 없는데, 이런 곳에서 여행객들의 오아시스와 같은 숙소가 있으니 바로 백패커스 빌라이다.

정확히는 공식적인 유스 호스텔은 아닌 듯 하고 이름만 호스텔인거 같은데 혼자서 묵는 것부터 4인가족실 6인 가족실 등 다양한 숙박 형태가 가능하다. 

가격도 5박에 85만원 정도(환율이 비쌀 때였으니 지금은 그보다 적을 듯)였으니 욕실이 딸린 융프라우 조망의 4인 가족실을 사용한 가격으로는 훌륭한 가격이있다.

어린이 할인이나 4박마다 1박은 50%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제도가 있으니 잘 활용해보면 좋을 듯 하다.


체크인을 할 때 수건과 베개, 침대 시트커버, 이불보를 제공해주는데, 호텔처럼 갈아주거나 하지 않으므로 각자 알아서 베개랑 침대에 씌워서 사용해야 하고 교체가 필요하면 리셉션에 들고가면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다. 

특이하게 호스텔 내에서 사용 가능한 빌라 코인이란걸 사람수 x 숙박수 x 2 만큼 주는데 이걸로 빨래방 기계, 음료수 자판기 등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우린 40개나 받아서 결국은 떠날 때 반 이상은 거기서 만난 한국 친구들에게 주고 왔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모든 조리기구가 완비되어 있는 주방인데, 덕분에 현지인들조차 워낙 비싸서 외식을 안한다고 할 만큼 음식값이 무진장 비싼 스위스에서 식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대형 마트인 COOP에서 직접 식재료를 사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우린 돼지고기 등을 사다가 팬에 구워서 배부르고 편하게 해먹곤 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시리얼과 우유, 토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숙박비는 체크인 시에 미리 계산하게 되어 있는데, 올라와서 가만 보니 할인 계산이 잘못된 듯 하여 내려가서 안되는 영어로 조목조목 따지니 실수해서 미안하다고 18.8 프랑을 돌려준다.


기본적으로 리셉션의 젊은 친구들이 정말로 무진장 친절하고 물어보면 설명도 잘해줘서 무척이나 좋은 기억이 남은 숙소였다.



호스텔 마당은 잔디로 덮혀있고 곳곳에 편히 쉴 수 있는 비치체어들이 놓여져 있다.



호스텔 마당에 아이들과 누워서 잠시 휴식...

마당에 작은 축구골대들도 있어서 리셉션에서 축구공을 빌려다가 아이들과 공차기를 할 수도 있었다.


숙소의 정문 사진이 없네... 마당에서 바라본 숙소 건물... 밖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는 매우 규모가 큰 편이다.

가장 아래층은 조리기구가 있는 식당 시설이고 일층은 리셉션과 식당, PC 방 시설 등이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애들 엄마를 재우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바퀴 산책을 나가보기로 한다.

숙소 바로 건너편에는 이렇게 간단한 놀이터도 있다.



인터라켄에서 가장 크다는 빅토리아 호텔... 위치도 좋고 시설도 좋아보이는데, 여유만 있다면 저런 곳에서 묵는 것도 좋을 듯...

호텔 앞의 이 넓은 잔디밭이 패더글라이딩의 착륙장으로 사용된다.



카지노 건물.. 주말에는 이 카지노 들어가는 길에 벼룩 시장이 열린다.


거리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마차들도 돌아다닌다.



빅토리아 호텔 앞의 거리에 있는 Bucherer 샵에 들러서 스위스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쿠폰을 보여주면 명품 로렉스의 티 스푼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많이 받으러 오면 입구 안내에서 쿠폰을 보자마자 군소리 안하고 아래층 매장까지 안내를 해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들이 공짜 손님에게도 친절하기 그지없다. 



샵에서 나와서 서역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인터라켄 관광 안내소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관광청 쿠폰을 보여주면 소에게 달아주는 방울을 기념품으로 만든 것을 준다. (사진 찍어둔 것이 없어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도용..)

이것도 밖에 샵에서 파는 것을 보니 개당 5프랑이나 하는 것이니 쿠폰 하나 잘 가져와서 20프랑 어치의 기념품을 받아온 셈인데, 2012년에도 관광청 사이트에서 동일한 쿠폰을 받을 수 있으니 꼭 챙겨가기를 권장한다.


http://www.myswitzerland.co.kr/coupon/

 

사실 처음에는 이게 어떤 물건인지 몰랐는데, 융프라우에서 하이킹하며 내려오면서 이 물건이 소 방울이란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집 현관에 이것을 달아두었는데, 문닫을 때마다 꽤나 운치있는 소리를 낸다.



서역 쪽으로 걸어가다가 아이들이 목마르다고 해서 Coop 편의점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려주고는 계속 서역을 지나 걷다 보면 이렇게 쪽빛의 강을 만나게 되는데, 인터라켄의 강과 호수는 모두 이렇게 쪽빛을 띄는 것은 빙하가 녹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인터라켄에는 세군데의 Coop이 있는데 서역과 동역에 큰 매장이 하나씩 있고 시내 중간에 편의점 형식의 가게가 하나 있다. 편의점은 엄청 비싸서 별로 이용할 일이 없고 큰 매장은 우리나라 마트 식품 매장 수준이라 고기나 야채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우리도 서역 매장에서 저녁거리로 돼지고기와 포도랑 복숭아 등을 사서 돌아가기로 한다.



서역을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한인 식당인 스타 식당...
가격을 보니 대략 일인분에 뭘먹어도 20프랑.. ㅋㅋ
특이하게 여행객들을 위해 김치를 팔고 있는데 거의 2주 넘게 김치맛을 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강력히 주장해서 500그램에 11프랑, 대략 만오천원을 주고 김치를 샀다.

만오천원짜리 김치.... 라기 보다는 겉저리라고 해야 맞을려나? 
그래도 배추맛, 김치맛은 제대로라 온식구가 행복해 했다.

숙소로 돌아와 애들 엄마를 깨워 돼지고기를 팬에 굽고 햅반을 데워서 김치와 함께 스위스에서의 첫번째 저녁 식사를 너무도 맛있게 해먹고 과일로 디저트를 먹으며 마당에 앉아서 유럽 여행 2주 만에 첨으로 여유라는 것을 느껴본다.

파리에서 인터라켄으로 이동이 꽤 긴 시간이라 조금은 걱정했었는데, 스위스는 기차 여행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주위의 경치가 좋아서 굳이 번거롭게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는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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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파리에서의 마지막날...

파리에서는 너무 힘들게 돌아다니지 말고 우아하면서도 느긋하고 여유있게 파리를 즐겨보자라던 계획은 온데 간데 없
이 파리 역시 전날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마지막날은 몽마르뜨 언덕을 다녀오는 것을 포인트로 하고, 그 전에 미술을 사랑하는 우리 애들 엄마를 위해 파리에서 꼭 들러보기로 하였던, 바스티유 광장에서 가까운 피카소 박물관을 다녀오는 일정으로 일찍 끝내기로 한다.



파리에서 묵었던 아파트형 숙소인 메종젠의 마당.
메종젠은 파리의 주택 구조의 특징이라고 하는, 큰 길에서 보면 큰 대문만 보이고 큰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 공동 마당을 중심으로 다시 사방으로 대문들 열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으며, 각각의 대문 안에 위와 같은 마당을 지나 실건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항상 덩치 큰 두마리의 진도개 비슷하게 생긴 멍멍이들이 마당에 누워있는데, 워낙에 순한 녀석들이라 아이들이 다가가서 쓰다듬어주어도 눈만 껌벅이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작은 연못과 함께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메종젠의 마당.
건물 안에는 스튜디오라고 부르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원룸 형태로 각각의 방들이 완전히 독립되어 생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입실할 때 열쇠를 받아가서 퇴실하면서 반납할 때까지 완전하게 투숙객이 알아서 생활하면 되는 것이고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주인님이신 은조님에게 전화를 하면 된다. 
방에는 주위의 가볼곳, 산책로에 대한 설명, 주위 맛있는 빵집, 식당, 슈퍼 등에 대한 설명, 주요 관광지 버스 안내서 등 다양한 정보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생활 및 관광 정보를 얻는데 매우 유용하다.

건물 자체는 600년이 넘은 건물이라 낡은 건물이지만 실내는 완전히 리모델링이 되어 전혀 오래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며, 파리의 대부분의 숙소들과 마찬가지로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더울까 걱정을 했는데 파리의 여름(8월)은 밤낮의 기온 차가 꽤 큰 편이라 생각보다는 잘 때 그렇게 덥지는 않다.
찾아보니 파리의 여름 평균 기온이 낮기 때문에 최근에 지은 호텔이 아니라면 에어컨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방 시설이 완벽하고 바로 옆에는 까르푸가 있기 때문에 저녁 반찬 거리를 사서 집에서 푸짐하게 해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또 한가지 중요한 장점은 휴대폰으로 거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전화(국제전화 포함)가 무료라는 것...

위치는 1호선 바스티유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라 주로 1호선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였고, 바로 앞 버스 정유장에서도 개선문 등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스위스 가는 리옹역 역시 5분 거리라서 아침 일찍 스위스 이동하는데도 편했다.

숙소를 알아볼 때 시내 중심가의 Adveniat 유스호스텔과 어기 둘중에 고민했었는데, 밥을 다 사먹을 생각이라면 유스
호스텔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한데 독립된 공간과 주위의 먹거리를 생각하면 메종젠이 나을 듯 싶다.  

다만 8월 중순부터는 파리 사람들의 휴가 기간인지라 주위에 추천 빵집들 중 휴가가는 집이 많아서 정작 추천 빵집의 빵은 맛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피카소 박물관 앞에서 인증샷...

아침에 느즈막이 일어나 주인님에게 연락하여 내일 아침 일찍 나가니 미리 잔금을 지불하고서 추천 빵집에 빵 사러 갔더니 지도에 나오는 모든 추천 빵집들이 다 문을 닫았다.

결국 숙소 바로 옆 빵집에서 간식으로 먹을 크로아상을 산 후 숙소 앞에서 29번 버스를 타고 마레 지구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2013년 봄까지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이거 때문에 동선 짤 때 꽤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일정에 넣은 것이었는데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아무튼 할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근처에 있는 까나발레 박물관을 들러보기로 한다.


까나발레 박물관 마당의 누리 14세 동상.
까나발레 박물관은 말하자면 파리 역사 박물관인데, 프랑스 혁명 및 근대사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사실 한국어 가이드도 없고 전시물 설명도 다 불어라서 그다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는 없었던 것 같고, 굳이 여기를 시간 내서 찾아올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바스티유 감옥의 모형.. 
이 감옥에서의 총성이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하니 꽤 역사적 의미가 큰 건물인 듯..


까나발레 박물관 정문...

약간의 실망과 함께 박물관을 나온 후 생폴 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몽마르뜨 언덕으로 이동하였다.

Barbès - Rochechouart‎ (읽지도 못하겠음..) 역에서 내려서 역 밖으로 나오니 이 동네는 그동안 봐왔던 시내의 프랑스랑은 분위기가 매우 다른 것이, 왠 오리지널 흑형들이 길가에 주르르 노점을 치고서서 에펠탑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을 팔고 있다. 
솔직히 나도 살짝 겁이 나는데 이런 곳에 여자 혼자 오면 정말 많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분들만 있는 경우라면 절대 해지고 늦은 시간에 이쪽으로 오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몽마르뜨 역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나오는 앙베르 역(Anvers)는 그래도 분위기가 나은 듯 하니 지하철은 앙베르 역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잠시 방향이 헷갈려서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반대 방향이라 알려주기에 돌아서 걷다보니 사람들이 한방향으로 몰려간다.
앙베르 역에서 몽마르뜨로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다양한 기념품 점들과 식당들이 주욱 늘어서 있어서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며, 길 중간에는 곳곳에 야바위 꾼들이 자기네끼리 쇼를 하면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드디어 도착한 몽마르뜨 언덕과 그 꼭데기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성당..

무언가 극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의 언덕을 기대하고 갔지만 막상 가서 보니 이 조그마한 몇 미터되지 않아 보이는 작은 언덕이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걸 보면 참 신기할 뿐이다.
그래도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성당의 경치만큼은 너무도 좋고, 서늘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은 그냥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뒤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간식으로 사온 빵을 피크닉 삼아 먹고 성당을 올라가 보았다. 



빵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자전거 타고 나타난 여자 경찰이 집시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붙잡아서 머라하면서 데리고 가는데, MTB 자전거로 저 계단들을 쿵쾅쿵광 타면서 올라오는 모습이 참 멋지던 경찰이었다.


성당 앞까지 올라서 바라면 파리 전경..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위에 산이 하나도 없는 평지라는 사실이 참 생소하게 느껴진다. 


몽마르뜨 언덕 꼭데기에 우뚝 서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La Basilique du Sacre Coeur).
지붕의 모양을 보면 유럽에서 익숙한 고딕 양식이 아닌 비잔틴 양식의 독특함이 있다.
꼭데기에 세계 최대의 종이 있다는데, 여행 내내 워낙 큰 성당들에 익숙해져서인지 별로 들어가볼 생각이 들지 않아서 패스...

몽마르뜨 언덕의 높이가 겨우 130m 밖에 되지 않지만, 파리에서는 가장 높은 지대라고 한다. 
덕분에 그 꼭데기에 위치한 이 성당이 파리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물론 에펠탑이 더 높다...)


성당 옆에서는 몽마르뜨 언덕 주위를 한바퀴 도는 미니 기차가 운행되는데 주위 역까지 운행을 하므로 역에서 꼭데기까지 이 기차를 타고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가기 전에 찾아본 바로는 무료라고 하는데 타보지 않아서 정말 무료인지는 모르겠다.


어딜가나 만날 수 있는, 몽마르뜨에도 빠지지 않는 거리의 퍼포먼스... 

성당의 정면에서 광장쪽을 보았을 때 오른쪽 코너를 돌아서 길을 따라 가면 바로 몽마르뜨의 화가들의 괒장인 테르트르 광장이 나온다.


넓은 사각의 광장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화풍을 뽐내며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거리의 화가라고 우습게 볼 실력들이 절대 아니다.
간단한 그림부터 초상화 등 모두들 수신년은 내공을 쌓았을 듯한 실력을 보여준다.


대부분은 유화를 그리는 듯...


광장의 한쪽 블록은 모두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가들인데, 가격은 대략 30~40유로 정도 받는다.
지나가다가 한국인 화가도 한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느끼기에 항상 실물보다는 더 예쁘게 그려주는 듯 하니 시간이 있으면 앉아서 초상화 하나 그려가는 것도 좋을 듯.


또 다른 블록에는 초상화가 아니라 즉석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있다. 가격은 20~25유로 정도.
우리도 기념 삼아서 우리 꼬맹이 캐리커쳐를 그려보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그럴싸한 특징을 콕 집어서 표현을 하는지 무척 신기했다.
근데 서양인들의 눈에 비치는 동양인의 특징 중 하나는 아마도 작게 찢어진 눈인가 보다...


광장의 중심과 또 광장을 둘러싼 사방의 블록들에는 다양한 식당과 까페들이 모여있으니 구경하다 지치면 앉아서 식사나 차를 시켜서 쉬어가기에도 좋다.

이렇게 몽마르뜨 언덕을 둘러보고 오늘은 일찍 숙소로 들어가 짐정리하고 일찍 쉬기로 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언덕 아래에서 성당까지 올라가는 일종의 케이블가 같은 역할을 하는 푸니쿨라.
올라갈 때 이걸 봤으면 한번 타볼 생각이었는데 못보고 그냥 올라갔기에 그렇다고 내려올 때 타자니 올라간 수고가 아까워서 결국 못타봤다.
하긴 언덕이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애들 데리고 올라가는데 사실 왠만한 저질 체력이 아니라면 그렇게 힘든 거리는 아닐 듯 싶다. 

여러 파리 여행 후기에서는 몽마르뜨 언덕에 소매치기도 많고 험상궂은 흑형들도 많아서 조심하라는 얘기들도 많지만 우린 네식구가 몰려다녀서인지는 몰라도 관광객들이 많긴 해도 그렇게 위험하거나 위협을 느낄만한 분위기는 보기 힘들었다.
물론 해지고 야간에 오면 동네 특성 상 좀 그럴지 몰라도 대낮의 몽마르뜨는 그냥 사람들 다니는 길로 다니면 크게 위험한 장소는 아닐 듯 하다. 

언덕을 내려와 앙베르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바스티유에 내려 광장 바로 앞에 있는 빵집에서 내일 스위스로 가는 길에 먹을 크로아상을 사서 숙소로 돌아오니 4시반...
남아있던 과일들을 마저 깍아먹고 나 혼자 리옹역으로 가서 내일 아침에 스위스로 이동할 TGV 티켓을 찾아왔다.

TGV 티켓을 찾을 때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메일로 받은 예약번호를 입력한 후 예약할 때 결재하였던 신용카드를 넣어야 하므로 예약한 신용카드를 반드시 잘 챙겨와야 한다. 


메종젠에서 길을 건너 한블록만 가면 나오는 빨래방..

숙소에서 다들 피곤함에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벌써 2주나 입어서 더이상 입을 옷이 없었던 관계로 메종젠에서 안내해준 코인 빨래방을 이용해보기로 하고 옷가방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대략 6kg에 3.5유로라는데 도대체 국내에서도 빨래방이란 걸 이용해본 적이 없는 우린 한참을 설명서를 보며 헤매고 있었는데, 한 젊고 잘생긴 흑인 친구가 들어오더니 자기 빨래를 넣고서는 우릴 보고 도와주겠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돈으로 세제(따로 동전을 넣어서 사야 하는..)까지 사서는 우리 빨래에 넣어주고 동작까지 시켜주는데 어찌나 고마운지...다시 한번 파리 사람들이 불친철하다는 소리는 다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했다.

빨래하는데 탈수까지 예상 시간은 한시간 정도...
탈수 후에 건조기는 따로 동전을 넣어서 말려야 하는데 성능이 좋지는 않아서 세번인가를 해서 겨우 말릴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메종젠 까페에서 은조님이 추천하셨던 공중 산책로(?)인 Promenade Plantée를 다녀오기로 한다.


산책로는 빨래방 건너편 길에 위와 같이 굴다리 처럼 되어 있는 부분의 위로 주욱 연결되어 있으며, 굴다리 아래는 사진처럼 막아서 공방으로 사용된다.


이 시간에도 조깅을 하는 파리지앵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공방 왼쪽으로 산책로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계단을 오르면 이렇게 공중 정원같은 산책로가 시작되며, 이 길은 벵센느 숲이란 곳까지 연결되어 호수가 산책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린 한 20분 걷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되돌아 왔다. 
시선이 높아서 날씨 좋은 낮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주위 구경하며 산책해보면 좋을 듯...



산책로에서 바라본 거리...
왼쪽 빨간 차양이 있는 식당이 첫날 도착해서 메종젠의 은조님께서 추천하여 점심을 먹었던 메종젠에서 3분 거리에 잇는 식당인 Les Artisans ... 
서빙하는 웨이트리스 아가씨도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고, 음식도 훌륭했던 식당이라 파리에서의 첫인상으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산책로에서 돌아와 빨래를 건조시켜서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9시...
대강 남아있는 식료품들로 저녁을 때우고 다음날 스위스로 가는 7시20분 기차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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