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첫번째 일정은 유람선 타고 그리니치를 다녀오는 것으로 시작...

아침 일곱시 기상.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유럽은 우리보다 시간이 7시간 뒤로 늦어서인지 확실히 미국보다 시차 적응이 빠른 듯 하다.
미국은 가면 보통 4일 정도 지나야 겨우 제시간에 깨는데 유럽은 가는 날만 잘 버티면 대략 바로 적응이 되는 편이다.
아이들도 어찌나 적응을 잘 해주시는지 시차 때문에 고생은 안한 듯 하다.


옛날 시청 건물이었다는 숙소 건물을 나서서 좌측으로 한 20미터를 가서 좌회전 하면 런던아이와 유람선 Pier가 바로 보인다. 

아침 먹고 유럽에서의 첫번째 삽질을 하게 되는데, 오늘 그리니치 가는 유람선을 할인받기 위해서 영국의 전자 교통권인 오이스터(Oyster) 카드를 사기 위해서
혼자서 가까운 워털루 역으로 가서 표파는 곳을 찾아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표사는 창구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한 30분을 기다려서야 차례가 되어서 창구에 가서 오이스터 카드를 달랬더니
여기는 기차역 창구고 그건 지하철역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하나의 큰 역이지만 분명히 열차 표와 지하철 표는 다른 것이었고,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보니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괜히 30분을 서서 기다린 것이다.

창구에서 오이스터 카드 2개와 각각 25파운드씩 충전해달라고 하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이 동네는 모든 곳에서 카드 스트라이프를 하는 것이 아니라 IC
카드 리더에 꽂고 PIN을 입력하라고 한다.
아뿔사,.. 난 카드 만들 때 PIN 따위를 지정한 기억이 없는데,.. 

대략 몇가지 비밀번호를 입력하였지만 다 실패. 가지고 있는 삼성카드, 현대카드 모두 먹통...
결국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던 현금을 내고 카드를 받아왔다. 


문제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으니 카드를 어떻게든 사용해야 하는데, 여행 첫날부터 예기치 못한 문제에 걱정이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2년전 유럽 출장 때는 분명 IC 카드를 읽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는데, 지금은 전 유럽이 다 IC 카드 리더만 사용하는 듯
하다.


오이스터는 우리 충전식 카드와 같은 것인데 1회당 사용금액이 현금이나 일회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또 하루에 아무리 많이 써도 일정 금액(대략 5회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을
넘지 않으며, 실제로 다녀보면 런던은 거의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런던에서의 일반적인 여행에서는 제대로 쓰지도 못할 기간별 정액권보다 오이스터가 진리인 듯 하다.
우리의 경우 만 5일 동안 사용 금액은 일인당 10파운드 정도여서 나중에 15파운드씩 돌려받았다...

어린이의 경우는 부모와 함께면 모든 교통비가 공짜이므로 어른용 2개만 사면 된다.

상세 내용은 아래 교통국 사이트 참조.

http://www.tfl.gov.uk/tickets/14825.aspx

아무튼 한시간에 걸쳐 오이스터 때문에 삽질 후 유람선 타러 이동...

탬즈강 유람선은 여러가지 다양한 회사들이 일반, 고속, 디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유람선을 운영하는데, 대부분이 웨스트민스터에서 타워브리지,
그리니치 간 코스를 운영한다.

그중 가장 무난한 것이 빨간색 City Cruise 인 듯 한데, 교통 카드인 Oyster 가 있으면 1/3 할인도 해준다. 아래 사이트에 상세 시간 및 가격이 안내되어 있다.

http://www.citycruises.com/rrrinfo.php

런던아이나 다른 관광지와 연계해서 콤보 티켓도 있는 듯 하나 일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다지 미리 예약을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런던아이 Pier 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과 빅밴... 이걸 보니 정말 영국에 왔구나.. 하는 실감을 하게 된다.

웨스트민스터 Pier는 런던아이 Pier의 건너편이라 가격이 똑같고 30분 간격으로 배가 출발하며 그리니치 Pier 까지는 딱 1시간 소요된다. 

우리의 경우 런던아이에서 그리니치까지 어른 둘, 어린이 둘로 왕복 티켓을 오이스터로 할인해서 달라고 하니 표파는 아줌마가 사실은 Family Red Rover로
끊으면 33.5 파운드에 맘대로 타고 내려도 된다고 넌지시 얘기해준다.

일반 왕복표는 중간에 내리면 다시 탈 수 없기 때문에 오는 길에 타워브리지에서 내릴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되서 그걸로 끊었다.
결국은 아침에 오이스터 산다고 삽질하고, 나올 때 카드를 두고 나와서 부리나케 방까지 다시 다녀온 것이 또 삽질이었던 셈...

표를 끊어서 내려가면 각 회사별로 구별된 탑승 위치가 번호로 구분되어져 있다. 


건너편 웨스트민스터 Pier에서 출발해서 런던아이 Pier로 들어오는 City Cruise ...

음.. 대략 유럽 여행 내내 나의 표준 복장이다.
배낭에는 항상 얼음물 2통과 간식 등 해서 5kg 에 육박하는 무게를 지고서 보통 5~6km씩 걸었더니 몸무게가 6kg 가 빠지고 허리의 뱃살들이 쏙 들어가는 효과가 있었다...


남들 줄서는 동안 잠시 인증샷...


이층으로 올라가면 유람선의 가이드가 이렇게 지나는 모든 주요 건물들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지만,... 대략 이렇게 야외에서 떠드는 얘기는
당췌 뭔 소린지 이해할 수가 없다...ㅜㅠ

미국 발음도 잘 못알아 듣기는 마찬가지지만 영국 발음은 처음 들으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예전 출장 때 마지막 방문지였던 영국 법인에서 첫 인사 때부터 당황하고 회의 때 데모하면서 헤맸던 기억은 아직도 내게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나마 이번에는 지난 2년간 인도친구와 함께 일하며 강트레이닝한 덕분에 영국말도 일상 대화하는데는 이제 별 무리가 없는 듯...


유람선에서 런던아이 배경으로 한컷,.
너무 커서 이넘은 오히려 강 반대쪽에서 봐야 시야에 들어온다. 

8월 중순이지만 이 동네는 벌써 싸늘해서 강위에서는 반팔만 입고 있으면 춥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현대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과 밀레니엄 브릿지.
스케쥴도 잘 안나오고 현대 미술은 애들 엄마도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유람선에서 보는 것으로 건너뛴 곳이다. 


2차 대전 때 사용되었다는 벨파스트 전함. 
자나면서 보니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으로 봐서는 강변쪽에서 들어가볼 수 있는 듯 하다.


주로 감옥으로 사용되었다던 런던 타워.
입장료가 살벌하게 비싼 곳이라 돌아 오는 걸에 주위만 구경했던...


유람선에서 바라본 타워브릿지... 저 중간 부분이 들린다는 얘긴데,.. 요즘은 매우 드물게 올리는 관계로 보기가 힘들다 한다.
대략 타워브릿지가 지나면 사실 주위에 볼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 그냥 강변에 고전틱한 건물들의 연속이다.
이렇게 1시간을 타고 가서 내린 그리니치... 이곳이 종점이므로 언제 내려야하는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냥 다 내리면 따라 내리면 된다.


선착장에 내려서 사람들 가는 방향으로 길따라 가다보면 영국 국교를 둘러싸고 벌어진 살육의 역사에 등장하는 Tudor 왕조의 헨리왕, 앤, 엘리자베스
여왕들이 태어나서 자란 Tudor 궁이 나온다.
쌍동이 같은 두개의 건물 중 왼쪽은 현재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고 오른쪽은 Painted Hall 이다.


왕이 바뀔 때마다 국교를 바꾸는 바람에 여러사람들이 피봤다는 그 왕조다...


병원 식당으로 만들었다던 Painted Hall 에는 James Thorhill 이란 양반이 19년동안 천정과 벽에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유럽에서 처음 느껴본
대규모 스케일의 회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깜짝쇼 한번....
애들이 지겨워해서 홀의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둘이서 안쪽 전시관에 들어가 있었는데, 큰 놈이 그새 쪼로록 따라왔길래 깜짝 놀래서
나가보니 꼬맹이가 없어진 것...

화들짝 놀래서 밖으로 뛰어 나가보니 우리 꼬맹이가 외국인을 붙잡고서는,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  (혹시나 해서 손가방에 넣어준 전화번호를 꺼내며..) 이것이 우리 아빠 전화번호인데 전화 좀 해달라.. 
라고 기특하게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덟살 짜리가 그러고 있는 걸 보니 그래도 그동안 영어학원 다닌 것이 나름 돈값은 하는구나... 하는 소박한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Painted Hall 을 나와서 해양박물관을 가는 길에 만난 3D 체험기. 


일인당 3파운드에 내용은 대략 라이언일병 구하기.. 정도 인 듯.
재미있을 듯 해서 애들만 넣어주고 우린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Queen's House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
나름 체험 시켜보겠다고 이런 류의 가게들은 항상 돈주고 알아서 시켜먹으라고 했는데, 결국 가만히 보면 이런 때 쓰는 말이라고는 몇 단어 안되는 것이,..
그렇게 많이 기대하면 안될 듯...ㅜㅠ


Queen's House. 

영국 역대 왕들에 대한 회화 작품들과 그리니치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마땅한 가이드 자료도 없고 해서 사실 내용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Queen's House 옆에는 국립 해양 박물관이 있는데, 생각보다 내부 규모가 꽤 커서 돌아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양한 배와 해양 역사 등에 대한 전시물들이 있어서 찬찬히 둘러보면 나름 재미있지만 아이들이 지치고 배고프다 하여 일단 나가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박물관 내 기념품 가게에서,.. 이거 하나 사 줄 걸.. 두고 두고 꼬맹이가 아쉬워한다.


천문대 공원을 잠시 나가서 길거리에서 파는 전통 파이(?) 라는 것을 단돈 9파운드에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반은 그냥 버리고 나왔다... 
누가 제일 불행한 사람의 조건 중 하나가 영국 음식을 먹는 것이라더니, 런던에서의 식사는 거의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한식당 빼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 음악가... 
런던은 어딜가나 다양한 분야로 거리 퍼포먼스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니치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에 일광욕 하는 사람들...

영국이 날씨가 안좋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이번 여행 통털어서 비라고는 런던 마지막날 하이드 파크에서 2시간쯤 비온 거랑 파리에서 30분 정도 소나기
온 것, 마지막 로마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 기다리던 때 말고는 비를 본적이 없다.
이번 여행의 날씨 운은 정말 좋았던 듯... 


천문대까지 언덕을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세계 표준시를 알려주는 시계이다. 
음.. 그런데 지금 보니 시간이 영국 시간이 아닌데,.. 무슨 시간을 나타내는 걸까...? 


정문 앞을 가보면 사람들이 철문 밖에서 바글바글한데 뭔일인가 봤더니 천문대 들어가는데 따로 입장료를 받으니 다들 안들어가고 경치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린 여기까지 왔으니 입장료로 14파운드(패밀리 요금)을 내고 들어가서 천문대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천체 관측실에서 가라 망원경 보며 한컷...
천문대 박물관은 옛날 천문대 직원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천문 관측은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하의 시계 박물관에서 본 헤리슨의 해상 시계... 어디에서나 출항했던 곳의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기능이며, 여러가지 버전이 있었는데 이게 어느 버전인지 모르겠다.
암튼 이 정확한 해상 시계로 인하여 영국이 먼 바다로 항해하면서 해상을 지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천문대 마당에는 경도 0도가 지나는 선인 본초 자오선이 그어져 있고 사람들이 이 선 위에서 사진한장 찍자고 한참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우린 도저히 지쳐서 줄서있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옆에서 도둑 사진만 한장 찍었다.
 


서울은 여기서부터 127도 동쪽에 있나 보다....


바로 뒤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몇일 몇시간이 남아있는지 정확한 표준시 기준으로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  


천문대에서 바라본 런던 시내... Tudor 궁과 Queen's House 도 보인다.


천문대 뒷 마당에 있던 해시계,.
두 돌고래 꼬리 끝이 매우 작은 틈만 두고 붙어 있는데 이 틈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시간을 보는 장치이다.



천문대 나오는 길에 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줘서 올라가본 28인치 망원경이 있는 방.
다들 모르고 그냥 나가는데 이층으로 올라가면 이곳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대략 위와 같은 모양으로 돔이 열리나 보다...


천문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잔디밭에서 잠시 쉬며 바라본 피크닉 나온 사람들...

가족들인지 모르겠지만 단체로 캠핑 의자까지 가지고 나와서 모든 이들이 어울려서 크리켓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여유롭고 자유로워 보이는지... 
물론 이번 폭동처럼 런던에 사는 사람들 간에도 여유로운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등 다양한 삶들이 있겟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먹고 살만해도 저런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천문대 공원을 나와 다시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찾은 그리니치 마켓...
원래 계획은 올라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길 따라 가다고 놓쳤는데, 선착장에서 Tudor 궁의 오른쪽으로 돌아야 마켓이 있는 상가 블록이 나오는 것이었다.


다양한 기념품과 음식들을 파는 조그만 규모의 실내 시장인데, 한국말로 '불고기 덮밥'을 파는 가게도 있다...

사람이 많고 소매치기도 많다고 하니 가방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가져갈 물건은 없었지만 뒤로 매고 있던 백팩이 어느새 열려있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그리이치 Pier 에서 다시 유람선을 타고 타워브리지 Pier에서 하선..
바로 앞에 런던 타워를 밖에서만 한번 둘러본다. 돌아보면 이곳에 돈내고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눈을 씻고 봐도 없는 듯 하다.
영국은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 유물들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강탈해 온 것들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등은 무료로 돈을 받지 않는데,
이렇게 런던타워, 웨스트민스터 사원, 국회의사당 등과 같이 영국 고유의 것들에 대해서는 강하게 돈을 받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런던 타워에서 바라본 타워브릿지...
 


타워브릿지 위로 걸어올라가서 한컷.
우리 큰 놈은 벌써 지쳐서 표정이 말이 아니다...


타워브릿지에서 바라본 런던 타워..


타워브릿지에서 바라본 탬즈강과 벨파스트 호..


건너편 강변에 위치한 신 시청 건물...
런던의 다른 이미지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도 있지만 어쨋든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만든 현대식 건물들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와중에 핫도그가 먹고 싶다고 해서 혼자서 핫도그 사러 간 꼬맹이...
이 이동하는 트럭 가게도 런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가게이다... 무슨 체인일려나..?

타워브리지를 마지막으로 다시 유람선 타고 웨스트미스터 Pier 에서 내리니 어느덧 7시가 넘고,..


다리 위의 얼굴 없는 퍼포먼스들... 


런던 있는 동안 웨스트민스터 역에 있는 TESCO 에서 물, 과자, 딸기 등 요기거리를 사서 먹었는데, 물가가 비싸긴 해도 TESCO 와 같은 대형 마트를
이용하면 그래도 우리나라 비해서 크게 비싼 것 같지는 않은 듯.
특히 유럽에서 과일과 같은 농수산물은 대부분 싸고 맛있었던 것 같다.

런던아이 옆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치킨 사고 TESCO에서 먹을 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때우며 런던에서의 두째날을 마무리 한다.

그리니치는 크게 기대를 하고 가면 좀 실망할 수 있도 있을 것 같은데, 하루 유람선 타고 공원을 산책하며 구경한다고 생각하면 반나절 정도 들여서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Posted by Gol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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