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이 스티브 잡스란 인물에 대한 평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름의 가치와 신념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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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최고 대학 중 한 곳의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오늘이 대학 졸업식에 가장 근접해본 것입니다. 오늘 저는 내 인생의 세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대단한 얘기는 아니구요. 오직 세 가지 얘기일 뿐입니다.

첫번째 얘기는 점을 잇는 것에 대한 얘깁니다.

나는 리드 대학(미국 오레곤주에 있는 명문 대학-역자 주)을 6개월 다니다 관뒀습니다. 그러나 18개월간인가 대학 안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진짜 그만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내 생모는 어리고 미혼이었던 대학생이었고, 나를 입양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내가 반드시 대학을 졸업한 부부에게 입양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어떤 변호사 부부에게 입양되기로 약속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변호사 부부는 마지막 순간에 "딸을 원한다"며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나의 양부모는 한밤중에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원치않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아이를 입양하시겠어요?" 양부모님은 "물론이죠"라고 말했습니다.

나의 생모는 그러나 나의 양모가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양부는 고교도 나오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생모는 그래서 입양서류에 사인하길 거부했습니다. 몇 개월 뒤 그녀는 나의 양부모로부터 나를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마음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리고 17년 후 나는 대학에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순진하게도 스탠포드만큼 학비가 많은 대학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에 불과했던 나의 양부모의 저축은 내 학비로 다 지출됐습니다. 6개월이 지난 뒤 나는 그럴 가치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고 대학이 그 길을 찾는 데 뭘 해줄 수 있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을 써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학교를 그만뒀고 그래도 괜찮을 거라 믿었습니다. 당시엔 좀 무서웠죠. 그러나 되돌아보면 대학을 관둔 것은 내가 평생 했던 결정 가운데 최고 중 하나였습니다. 학교를 그만두자 나는 흥미없는 필수과목을 듣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들을 청강했습니다.

그런 생활이 낭만적이진 않았습니다. 나는 기숙사에 방이 없어서 친구들 방의 바닥에서 잤고 5센트짜리 빈 콜라병을 모아서 음식을 사먹었으며 헤어 크리샤 사원에서 주는 좋은 식사를 일주일에 한번 얻어먹기 위해 11km나 걸어갔습니다. 그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호기심과 직관을 따라가다 부딪힌 것들은 나중에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자산이 됐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당시 리드 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서예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캠퍼스 내의 모든 포스터와 서랍에 붙은 레이블은 전부 서예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글자들이었습니다. 학교를 관두고 정규 과목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는 서예 과목을 들었습니다. 나는 세리프체와 산 세리프체에 대해 배웠고 서로 다른 활자체들간 공간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훌륭한 서체를 만드는가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역사적이며 예술적인 매력이 있었고 그것은 과학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이것이 실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희망을 주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10년 후, 우리가 첫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이 경험들이 다시 내게로 왔습니다. 우리는 맥 안에 이 모든 것을 디자인해 넣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 첫 컴퓨터가 됐습니다. 내가 그 대학의 전공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매킨토시는 결코 그렇게 다양한 서체를 가지지 못했고 균형잡인 폰트를 얻지도 못했을 겁니다. 윈도즈는 매킨토시를 베꼈기 때문에, 어쩌면 PC가 그런 서체를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서예 과목을 청강하지도 않았고, PC도 그런 서체를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내가 대학생일 때 앞을 내다보며 이런 점들을 이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10년 후에 되돌아보면 아주아주 뚜렷하게 점들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점들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뒤를 보며 점들을 이을 수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그 점들이 언젠가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뭔가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의 배짱, 운명, 인생, 업(業), 뭐든지 말이죠. 이런 사고방식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을 변화시켜왔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에 대한 것입니다.

인생에서 사랑할 일을 일찍 찾은 것은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나는 스무살 때 아버지의 차고에서 워즈와 함께 애플을 시작했습니다. 우린 열심히 일했고 10년 후 애플은 차고 속 단 두명에서 20억 매출을 올리는 직원 4000명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 전해에 우리는 매킨토시라는 훌륭한 제품을 내놓았고 나는 막 서른살이 됐습니다. 그리고 나는 바로 해고됐습니다.

어떻게 내가 설립한 회사에서 내가 해고될 수 있는가? 글쎄요, 애플이 커가면서 우리는 회사 경영에 재능이 있어보이는 어떤 사람을 고용했고 그 첫해에는 모든 게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갈라섰습니다. 그때 우리 이사회는 그 사람을 지지했습니다. 그래서 서른살에 나는 쫓겨났습니다. 아주 공개적으로 쫓아냈죠. 성인이 된 뒤 내 인생 전체가 사라져버렸고, 그건 정말 황당하고 망연자실한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몇 달간 나는 뭘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나는 내 이전의 기업인 세대들을 내가 물러나게 했고, 그리고 그들로부터 받았던 바통을 또 넘겨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데이빗 패커드와 밥 노이스를 만나 엉망진창으로 만든 모든 것을 사과했습니다. 나의 실패는 무척 공개적인 것이어서, 실리콘밸리에서 달아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뭔가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해왔던 것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걸 알았습니다. 애플에서의 일은 그걸 조금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나는 쫓겨났지만 아직 사랑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지금껏 내게 일어난 일 중에서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성공이라는 무거움은 다시 시작한다는 가벼움으로 대체됐습니다. 물론 모든 것에 대해 확신도 적었죠. 그것은 나를 내 인생 최고의 창조적인 시기로 밀어넣었습니다.

다음 5년간, 나는 넥스트라는 회사와 픽사라는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가 된 정말 놀라운 여인과 사랑에 빠졌죠. 픽사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를 만들었고, 이제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런 굉장한 일들 속에서 애플은 넥스트를 인수했고, 나는 애플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넥스트에서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애플이 현재 누리고 있는 르네상스의 심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로렌과 나는 정말 행복한 가족이 됐습니다.

나는 내가 애플에서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건 정말 쓰디쓴 약이었지만 환자였던 내게는 정말 필요한 약이었던 것입니다. 때로 인생은 당신의 뒤통수를 벽돌로 때립니다. 믿음을 잃지 마세요. 나는 나를 전진시킨 유일한 힘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내가 사랑했다는 점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하는 것을 찾으세요. 연인을 찾을 때 진실하듯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 그런 일을 못찾았다면,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그것을 찾았을 때, 당신의 심장이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관계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아다니세요. 주저앉지 마십시오.

세번째 이야기는 죽음에 관한 겁니다.

열일곱살 때, 나는 이런 식의 인용문을 읽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의 인생이 분명히 옳은 삶이 될 것이다." 매우 인상적인 경구였고, 그로부터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내 자신에게 묻습니다. "만약 오늘이 내가 죽기 전날이라 해도 나는 오늘 내가 하려 했던 일을 할까?" 그리고 그 대답이 "아니"였던 날이 너무 오래 계속되자, 나는 뭔가 바꿔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기억하는 일은, 내가 큰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모든 자부심, 모든 공포와 참담함 또는 실패--이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일만 남았습니다. 내 생각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뭔가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의 덫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발가벗었습니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1년 전쯤 나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는 오전 7시30분에 스캔을 받았고 췌장에 뚜렷한 종양이 보였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췌장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의사들은 내게 불치의 암이 거의 확실하다며 3개월에서 6개월을 못넘길거라고 말했습니다. 내 주치의는 집에 가서 주변을 정리하라고 했죠. 그건 죽을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에게 앞으로 10년간 말해줘야 할 것을 몇 달 동안 다 말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든 걸 잘 정리해서 가족들이 사후처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이구요. 곧 완전한 작별이라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그날 나는 그 진단만 하루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목으로 내시경을 넣어 위와 창자를 거쳐 췌장의 종양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검사를 받았습니다. 나는 침착했습니다. 그러나 의사의 설명을 들은 내 아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사들이 난리가 났어! 수술하면 치료할 수 있는, 아주 드문 췌장암이래!" 나는 수술을 받았고, 이제 괜찮습니다.

이것이 내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경험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십년간도 그것이 유일한 경험이길 바랍니다.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죽음을 유용하지만 순전히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때보다는 약간 더 확실하게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도 죽길 원치 않습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조차 그곳에 가려고 죽고 싶어하지는 않지요. 그러나 죽음은 우리 모두가 맞을 목적지입니다. 아무도 그로부터 피하지 못했죠. 그리고 죽음이야 말로 삶의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기 때문에 그래야만 합니다. 죽음은 삶을 교체해주는 매개입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낡은 것을 거두어들이죠. 지금 이 시각, 새로움은 여러분들입니다.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 언젠가, 여러분들도 차차 늙을 것이고 사라져갈 것입니다. 연극 같은 얘기여서 미안하지만, 진실입니다.

시간은 제한돼있습니다. 그러니 남의 인생을 사느라 삶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낸 결과에 얽매어 사는 도그마에 갇혀있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의견이 여러분 내부의 목소리를 잠식하도록 놔두지 마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가슴과 직관은 여러분이 진실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부차적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지구 카탈로그>라는 굉장한 책이 있었습니다. 제 세대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책이었죠. 그 책을 쓴 사람은 여기서 멀지 않은 멘로 팍에 사는 스튜어트 브랜드란 양반인데, 시적인 감성으로 그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1960년대 후반이니, PC도 있기 전이고 컴퓨터 출판도 없어 모두 타자기와 가위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만든 책입니다. 어떻게 보면 책으로 만든 구글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구글이 나타나기 35년 전에 이미 나온 것입니다. 그 책은 무척 이상적이고 훌륭한 도구들과 굉장한 개념들로 가득찬 것입니다.

스튜어트와 그의 팀은 <지구 카탈로그>를 여러 판에 걸쳐 내놓았고, 모든 것이 완성됐을 때 최종판을 내놓았습니다. 그게 1970년대 중반이고, 그때 제가 여러분들 나이였습니다. 그 책 최종판 뒷표지에는 무전여행때 히치하이킹을 하곤 하는 이른 아침 시골길과 비슷한 길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 밑에 이렇게 써있죠. "늘 배고프라. 늘 어리석으라(Stay Hungry. Stay Foolish)."

그것이 저자들의 마지막 메시지였던 것이죠. Stay Hungry. Stay Foolish. 그리고 나는 내 자신에게 늘 그렇게 소원했습니다. 이제 새 출발을 위해 졸업하는 여러분들께 이 말씀을 해드리겠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감사합니다.



Posted by Gol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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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DRM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걸 보셨을 겁니다.
남이 얘길했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아시다시피 스티브 잡스가 화두를 꺼냈기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겠지요.

스티브 잡스가 애플 홈에 게재했던 Thoughts on Music을 번역한 글이 있길래 올려봅니다.
가급적 이 블로그에 스크랩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글은 읽어볼만한 글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어느쪽 의견에도 반신반의합니다만, 제가 판단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이네요.^^;;

메일로 받아서 번역자가 누군지도 모르겠습니다...ㅋㅋ
혹시나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면 명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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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Jobs
February 6, 2007

애플 아이포드 뮤직플레이어와 아이튠스 온라인 뮤직스토어는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음악 절도를 막기 위해 입힌 디자탈권리관리(DRM) 시스템을 애플이 "개방"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악을 다른 회사 디지탈 기기에서도 돌릴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온라인스토어에서 구입한 노래도 아이포드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 번 지금의 상황을 보고, 우리가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대안 세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아이포드가 재생시키는 모든 음악은 MP3나 AAC처럼 "공개된" 라이센스 포맷으로 인코딩 되어 있으며, DRM을 입히지 않았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이포드 사용자들은 각자 갖고 있는 CD를 포함하여, 여러 곳에서 얻은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CD 상의 음악은 그 입수가 쉽고 자유롭습니다. 맥과 윈도 PC 양측에서 돌아가는 아이튠스를 다운로드받아서, 자동적으로 DRM 없는 MP3나 AAC로 인코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MP3나 AAC같은 공개 포맷을 지원한다면, 아이포드 뿐만 아니고, 어떤 뮤직플레이어에서도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아이튠스 스토어를 통해 판매된 음악을 들을 때는 다릅니다. 애플은 음악 자체를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습니다. 애플도 곡을 유통시킬 권리를 라이센스 받아야 합니다. 주로 "4대 주요 음반사"에게서 라이센스 받습니다. 유니버설과 소니 BMG, 워너와 EMI입니다. 이 4대 음반사가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음악의 70% 가량을 통제합니다. 애플이 합법 인터넷 유통을 위한 라이센스를 위해 이들과 접촉했을 때, 이들은 매우 조심스러워하면서,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보호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DRM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각 노래를 인증받지 못한 기기에서는 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당시 다섯 대의 컴퓨터와, 무제한의 아이포드에서 DRM 곡을 듣게 해 주는 권리를 협상해낼 수 있었습니다. 음반사들로부터 그런 권리를 얻는 일이 그때는 정말 획기적이었습니다. 오늘날의 견지에서 보아도, 다른 대부분의 디지탈 뮤직서비스와는 차별화됩니다. 하지만 우리 합의의 주된 사항은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 음악을 인증받지 않은 기기에서 돌리게 될 경우, 몇 주일 안에 수정하지 않으면 모든 음악을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철수시킨다는 내용입니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DRM 시스템은 인증받은 기기만을 허용하게 됩니다. DRM 보호곡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는, 다운로드받는 이의 컴퓨터나 휴대용 음악기기에서 재생시킬 수가 없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DRM 시스템은 비밀을 가졌습니다. 사실 비밀을 지키는 것보다 콘텐트를 더 잘 보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달리 말해서, 설사 제일 세련된 암호키로 음악을 보호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누군하 하나는 열쇠를 "숨기게" 됩니다. 그런 비밀에 의존하지 않는 DRM 시스템을 구현시킨 바가 없습니다.

당연히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시간도 많고, 그런 비밀을 낱낱이 밝혀서 모두가 자유로이 음악을 얻도록(훔치도록) 허용시키기를 좋아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종종 성공합니다. 따라서 DRM을 가끔씩은 업데이트 해 주어야 합니다. 비밀을 더 찾기 힘들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와 쥐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애플의 DRM은 FairPlay라 불립니다. 몇 가지 누출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동안 우리는 아이튠스 스토어 소프트웨어와 아이튠스 소프트웨어, 아이포드 자신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수정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음악을 보호하기 위한 음반사와의 약속을 실천해 왔으며, 합법 다운로드를 통해 제일 자유로운 사용권을 확보하였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제는 가능한 대안 세 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첫 번째 대안은 현재 상황의 지속입니다. 음악 판매와 재생, 보호의 폐쇄형 시스템을 각자 구현시키는 방식입니다. 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며,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벌여서 온라인 뮤직스토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모두 폐쇄형 시스템을 두고 경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Zune 스토어에서 구입한 음악은 Zune 플레이어에서만 들을 수 있으며, 소니의 Connect 스토어에서 구입한 음악은 소니 플레이어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애플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음악 역시 아이포드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상황입니다. 소비자들로서도 혁신적인 제품을 매우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한 스토어에서 음악을 구입하게 되면, 계속 그 스토어의 음악에 특정 플레이어만 들어야 하리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혹은, 특정 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되면, 그 회사의 뮤직스토어만을 방문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맞습니까? 아이포드와 아이튠스 데이터를 봅시다. 아이포드와 아이튠스는 업계에서 제일 유명한 제품이먀, 우리가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2006년 말까지, 소비자들은 9천만 대의 아이포드를, 아이튠스 스토어로부터는 20억 곡을 구입하였습니다. 평균적으로 한 대의 아이포드가 팔릴 때마다 22곡을 아이튠스에서 구입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제일 유명한 아이포드 모델은 천 곡 정도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이 아이포드를 거의 채워서 갖고 다닙니다. 따라서 평균적인 아이포드의 3%, 즉, 1000곡 중 22곡만이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노래입니다. DRM이 입혀진 노래가 그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나머지 97%의 노래는 보호가 안 되어있거나, 공개형 포맷으로서 다른 기기에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노래들입니다. 불과 3% 밖에 안되는 구입곡 때문에, 그 회사에 묶여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평균적인 아이포드에 들어있는 노래의 97%는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곡이 아닙니다. 아이포드 사용자들은 분명 아이튠스 스토어에 묶여 있지 않습니다.
두 번째 대안은, 현재의 FairPlay DRM 기술을 현재와 미래의 경쟁사에게 라이센스하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의 플레이어와 뮤직스토어와의 상호운용성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겉으로는 좋은 전략같습니다. 소비자에게 앞으로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때문입니다. 애플 또한 FairPlay DRM의 라이센스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알아보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DRM 라이센스와 관련된 제일 심각한 문제는, DRM의 비밀을 많은 기업들에게 알려줄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결국 이런 비밀은 누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이 그런 누출을 훨씬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1분 이내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DRM 보호를 마비시키는 무료 다운로드 소프트웨어도 곧 등장할 겁니다. 그러면 이제 인증받지 않은 기기에서도 보호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누출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점을 수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것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리를 잘 하려면 뮤직스토어 소프트웨어와, 뮤직 소프트웨어, 플레이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선시켜야 합니다. 그 다음에 수 천만 대의 맥과 윈도 PC, 수많은 기기를 업데이트시켜야 합니다. 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빠르게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지금처럼 한 회사가 모든 과정을 통제할 때에도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여러 회사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갖고 움직일 경우, 이 작업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각자가 그런 누출을 수정하기 위해 나름대로 움직일 겁니다.

따라서 애플은 FairPlay를 남들에게 라이센스하지 않기로 결정내렸습니다. 라이센스를 할 경우, 주요 4대 음반사에게 얻은 라이센스를 더 이상 갖게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이 주장하는 "개방형" 모델, 즉, DRM을 남들에게 라이센스하는 방식에서, 폐쇄형 뮤직스토어를 제공하는 "폐쇄형" 모델로 전환시킨 이유도 아마 같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레이어와 소프트웨어 역시 폐쇄형입니다.

세 번째 대안은 DRM을 완전히 없애는 길입니다. 모든 온라인스토어가 비-DRM 뮤직을 개방형 라이센스 포맷으로 판매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스토어의 음악을 재생시킬 수 있으면서, 스토어 또한 모든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는 음악을 팔 수 있게 됩니다. 소비자에게는 분명 최고의 대안입니다. 애플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만약 네 음반사가 DRM 요구사항 없이 애플에게 라이센스를 내린다면, 우리는 바로 DRM이 없는 음악을 아이튠스 스토어에 당장 올릴 겁니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모든 아이포드에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네 음반사에서 그런 DRM 없는 음악을 애플이나 다른 곳에 라이센스할 수 있겠습니까? DRM이 불법복제를 전혀 멈추지 못했을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모든 온라인 판매곡을 DRM으로 보호시키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이들 음반사는 완전히 보호받지 않은 CD를 수 십억 장 판매하는 음반사들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CD용 DRM은 개발된 바가 없기 때문에, CD로 배포된 모든 음악은 인터넷에 쉽게 업로드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불법적으로) 다운로드를 얼마든지 받아서 재생시킬 수 있습니다.

2006년에 팔린 온라인 DRM-보호곡이 20억 곡입니다. 하지만 DRM이 전혀 안 된 상태, 즉 CD로 팔린 곡은 200억 곡이 넘습니다. 즉, 음반사들이 파는 곡 절대 다수는 DRM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곧 바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음반사들의 수입이 DRM 시스템 없는 CD 판매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반사가 90% 이상을 무-DRM으로 판다면, 도대체 나머지 부분을 DRM 입힌다고 해서 어느 정도나 벌겠습니까? 거의 없을 겁니다. 기술 전문가들은 DRM 시스템을 만들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주장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DRM 때문에 DRM 판매곡 수는 제한적입니다. 그러한 요구가 사라진다면, 음반 업계는 새로운 회사들이 나타나서 혁신적인 스토어와 플레이어를 개발하게 되는 등,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음반사에게도 긍정적으로만 비쳐질 것입니다.

유럽에서 DRM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합니다. 아마도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음반사들을 움직여서 무-DRM으로 나아갈 겁니다. 유럽인들에게 말씀드리자면, 위 주요 음반사 네 곳 절반 이상이 유럽에 본사를 두었습니다.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은 프랑스 회사인 비방디가 100% 소유하고 있으며, EMI는 영국 회사입니다. Sony BMG도 독일 회사인 베텔스만이 50% 갖고 있습니다. 진정한 상호운용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무-DRM 음악 라이센스권을 애플에게 주라고 설득해 주십시오. 애플은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Apple - Thoughts on Music


Posted by Gol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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