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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9 [8/24] (파리 6일차) 몽마르뜨 언덕


드디어 파리에서의 마지막날...

파리에서는 너무 힘들게 돌아다니지 말고 우아하면서도 느긋하고 여유있게 파리를 즐겨보자라던 계획은 온데 간데 없
이 파리 역시 전날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마지막날은 몽마르뜨 언덕을 다녀오는 것을 포인트로 하고, 그 전에 미술을 사랑하는 우리 애들 엄마를 위해 파리에서 꼭 들러보기로 하였던, 바스티유 광장에서 가까운 피카소 박물관을 다녀오는 일정으로 일찍 끝내기로 한다.



파리에서 묵었던 아파트형 숙소인 메종젠의 마당.
메종젠은 파리의 주택 구조의 특징이라고 하는, 큰 길에서 보면 큰 대문만 보이고 큰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 공동 마당을 중심으로 다시 사방으로 대문들 열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으며, 각각의 대문 안에 위와 같은 마당을 지나 실건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항상 덩치 큰 두마리의 진도개 비슷하게 생긴 멍멍이들이 마당에 누워있는데, 워낙에 순한 녀석들이라 아이들이 다가가서 쓰다듬어주어도 눈만 껌벅이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작은 연못과 함께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메종젠의 마당.
건물 안에는 스튜디오라고 부르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원룸 형태로 각각의 방들이 완전히 독립되어 생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입실할 때 열쇠를 받아가서 퇴실하면서 반납할 때까지 완전하게 투숙객이 알아서 생활하면 되는 것이고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주인님이신 은조님에게 전화를 하면 된다. 
방에는 주위의 가볼곳, 산책로에 대한 설명, 주위 맛있는 빵집, 식당, 슈퍼 등에 대한 설명, 주요 관광지 버스 안내서 등 다양한 정보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생활 및 관광 정보를 얻는데 매우 유용하다.

건물 자체는 600년이 넘은 건물이라 낡은 건물이지만 실내는 완전히 리모델링이 되어 전혀 오래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며, 파리의 대부분의 숙소들과 마찬가지로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더울까 걱정을 했는데 파리의 여름(8월)은 밤낮의 기온 차가 꽤 큰 편이라 생각보다는 잘 때 그렇게 덥지는 않다.
찾아보니 파리의 여름 평균 기온이 낮기 때문에 최근에 지은 호텔이 아니라면 에어컨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방 시설이 완벽하고 바로 옆에는 까르푸가 있기 때문에 저녁 반찬 거리를 사서 집에서 푸짐하게 해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또 한가지 중요한 장점은 휴대폰으로 거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전화(국제전화 포함)가 무료라는 것...

위치는 1호선 바스티유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라 주로 1호선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였고, 바로 앞 버스 정유장에서도 개선문 등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스위스 가는 리옹역 역시 5분 거리라서 아침 일찍 스위스 이동하는데도 편했다.

숙소를 알아볼 때 시내 중심가의 Adveniat 유스호스텔과 어기 둘중에 고민했었는데, 밥을 다 사먹을 생각이라면 유스
호스텔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한데 독립된 공간과 주위의 먹거리를 생각하면 메종젠이 나을 듯 싶다.  

다만 8월 중순부터는 파리 사람들의 휴가 기간인지라 주위에 추천 빵집들 중 휴가가는 집이 많아서 정작 추천 빵집의 빵은 맛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피카소 박물관 앞에서 인증샷...

아침에 느즈막이 일어나 주인님에게 연락하여 내일 아침 일찍 나가니 미리 잔금을 지불하고서 추천 빵집에 빵 사러 갔더니 지도에 나오는 모든 추천 빵집들이 다 문을 닫았다.

결국 숙소 바로 옆 빵집에서 간식으로 먹을 크로아상을 산 후 숙소 앞에서 29번 버스를 타고 마레 지구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2013년 봄까지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이거 때문에 동선 짤 때 꽤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일정에 넣은 것이었는데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아무튼 할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근처에 있는 까나발레 박물관을 들러보기로 한다.


까나발레 박물관 마당의 누리 14세 동상.
까나발레 박물관은 말하자면 파리 역사 박물관인데, 프랑스 혁명 및 근대사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사실 한국어 가이드도 없고 전시물 설명도 다 불어라서 그다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는 없었던 것 같고, 굳이 여기를 시간 내서 찾아올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바스티유 감옥의 모형.. 
이 감옥에서의 총성이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하니 꽤 역사적 의미가 큰 건물인 듯..


까나발레 박물관 정문...

약간의 실망과 함께 박물관을 나온 후 생폴 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몽마르뜨 언덕으로 이동하였다.

Barbès - Rochechouart‎ (읽지도 못하겠음..) 역에서 내려서 역 밖으로 나오니 이 동네는 그동안 봐왔던 시내의 프랑스랑은 분위기가 매우 다른 것이, 왠 오리지널 흑형들이 길가에 주르르 노점을 치고서서 에펠탑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을 팔고 있다. 
솔직히 나도 살짝 겁이 나는데 이런 곳에 여자 혼자 오면 정말 많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분들만 있는 경우라면 절대 해지고 늦은 시간에 이쪽으로 오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몽마르뜨 역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나오는 앙베르 역(Anvers)는 그래도 분위기가 나은 듯 하니 지하철은 앙베르 역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잠시 방향이 헷갈려서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반대 방향이라 알려주기에 돌아서 걷다보니 사람들이 한방향으로 몰려간다.
앙베르 역에서 몽마르뜨로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다양한 기념품 점들과 식당들이 주욱 늘어서 있어서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며, 길 중간에는 곳곳에 야바위 꾼들이 자기네끼리 쇼를 하면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드디어 도착한 몽마르뜨 언덕과 그 꼭데기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성당..

무언가 극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의 언덕을 기대하고 갔지만 막상 가서 보니 이 조그마한 몇 미터되지 않아 보이는 작은 언덕이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걸 보면 참 신기할 뿐이다.
그래도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성당의 경치만큼은 너무도 좋고, 서늘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은 그냥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뒤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간식으로 사온 빵을 피크닉 삼아 먹고 성당을 올라가 보았다. 



빵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자전거 타고 나타난 여자 경찰이 집시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붙잡아서 머라하면서 데리고 가는데, MTB 자전거로 저 계단들을 쿵쾅쿵광 타면서 올라오는 모습이 참 멋지던 경찰이었다.


성당 앞까지 올라서 바라면 파리 전경..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위에 산이 하나도 없는 평지라는 사실이 참 생소하게 느껴진다. 


몽마르뜨 언덕 꼭데기에 우뚝 서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La Basilique du Sacre Coeur).
지붕의 모양을 보면 유럽에서 익숙한 고딕 양식이 아닌 비잔틴 양식의 독특함이 있다.
꼭데기에 세계 최대의 종이 있다는데, 여행 내내 워낙 큰 성당들에 익숙해져서인지 별로 들어가볼 생각이 들지 않아서 패스...

몽마르뜨 언덕의 높이가 겨우 130m 밖에 되지 않지만, 파리에서는 가장 높은 지대라고 한다. 
덕분에 그 꼭데기에 위치한 이 성당이 파리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물론 에펠탑이 더 높다...)


성당 옆에서는 몽마르뜨 언덕 주위를 한바퀴 도는 미니 기차가 운행되는데 주위 역까지 운행을 하므로 역에서 꼭데기까지 이 기차를 타고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가기 전에 찾아본 바로는 무료라고 하는데 타보지 않아서 정말 무료인지는 모르겠다.


어딜가나 만날 수 있는, 몽마르뜨에도 빠지지 않는 거리의 퍼포먼스... 

성당의 정면에서 광장쪽을 보았을 때 오른쪽 코너를 돌아서 길을 따라 가면 바로 몽마르뜨의 화가들의 괒장인 테르트르 광장이 나온다.


넓은 사각의 광장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화풍을 뽐내며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거리의 화가라고 우습게 볼 실력들이 절대 아니다.
간단한 그림부터 초상화 등 모두들 수신년은 내공을 쌓았을 듯한 실력을 보여준다.


대부분은 유화를 그리는 듯...


광장의 한쪽 블록은 모두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가들인데, 가격은 대략 30~40유로 정도 받는다.
지나가다가 한국인 화가도 한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느끼기에 항상 실물보다는 더 예쁘게 그려주는 듯 하니 시간이 있으면 앉아서 초상화 하나 그려가는 것도 좋을 듯.


또 다른 블록에는 초상화가 아니라 즉석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있다. 가격은 20~25유로 정도.
우리도 기념 삼아서 우리 꼬맹이 캐리커쳐를 그려보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그럴싸한 특징을 콕 집어서 표현을 하는지 무척 신기했다.
근데 서양인들의 눈에 비치는 동양인의 특징 중 하나는 아마도 작게 찢어진 눈인가 보다...


광장의 중심과 또 광장을 둘러싼 사방의 블록들에는 다양한 식당과 까페들이 모여있으니 구경하다 지치면 앉아서 식사나 차를 시켜서 쉬어가기에도 좋다.

이렇게 몽마르뜨 언덕을 둘러보고 오늘은 일찍 숙소로 들어가 짐정리하고 일찍 쉬기로 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언덕 아래에서 성당까지 올라가는 일종의 케이블가 같은 역할을 하는 푸니쿨라.
올라갈 때 이걸 봤으면 한번 타볼 생각이었는데 못보고 그냥 올라갔기에 그렇다고 내려올 때 타자니 올라간 수고가 아까워서 결국 못타봤다.
하긴 언덕이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애들 데리고 올라가는데 사실 왠만한 저질 체력이 아니라면 그렇게 힘든 거리는 아닐 듯 싶다. 

여러 파리 여행 후기에서는 몽마르뜨 언덕에 소매치기도 많고 험상궂은 흑형들도 많아서 조심하라는 얘기들도 많지만 우린 네식구가 몰려다녀서인지는 몰라도 관광객들이 많긴 해도 그렇게 위험하거나 위협을 느낄만한 분위기는 보기 힘들었다.
물론 해지고 야간에 오면 동네 특성 상 좀 그럴지 몰라도 대낮의 몽마르뜨는 그냥 사람들 다니는 길로 다니면 크게 위험한 장소는 아닐 듯 하다. 

언덕을 내려와 앙베르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바스티유에 내려 광장 바로 앞에 있는 빵집에서 내일 스위스로 가는 길에 먹을 크로아상을 사서 숙소로 돌아오니 4시반...
남아있던 과일들을 마저 깍아먹고 나 혼자 리옹역으로 가서 내일 아침에 스위스로 이동할 TGV 티켓을 찾아왔다.

TGV 티켓을 찾을 때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메일로 받은 예약번호를 입력한 후 예약할 때 결재하였던 신용카드를 넣어야 하므로 예약한 신용카드를 반드시 잘 챙겨와야 한다. 


메종젠에서 길을 건너 한블록만 가면 나오는 빨래방..

숙소에서 다들 피곤함에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벌써 2주나 입어서 더이상 입을 옷이 없었던 관계로 메종젠에서 안내해준 코인 빨래방을 이용해보기로 하고 옷가방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대략 6kg에 3.5유로라는데 도대체 국내에서도 빨래방이란 걸 이용해본 적이 없는 우린 한참을 설명서를 보며 헤매고 있었는데, 한 젊고 잘생긴 흑인 친구가 들어오더니 자기 빨래를 넣고서는 우릴 보고 도와주겠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돈으로 세제(따로 동전을 넣어서 사야 하는..)까지 사서는 우리 빨래에 넣어주고 동작까지 시켜주는데 어찌나 고마운지...다시 한번 파리 사람들이 불친철하다는 소리는 다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했다.

빨래하는데 탈수까지 예상 시간은 한시간 정도...
탈수 후에 건조기는 따로 동전을 넣어서 말려야 하는데 성능이 좋지는 않아서 세번인가를 해서 겨우 말릴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메종젠 까페에서 은조님이 추천하셨던 공중 산책로(?)인 Promenade Plantée를 다녀오기로 한다.


산책로는 빨래방 건너편 길에 위와 같이 굴다리 처럼 되어 있는 부분의 위로 주욱 연결되어 있으며, 굴다리 아래는 사진처럼 막아서 공방으로 사용된다.


이 시간에도 조깅을 하는 파리지앵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공방 왼쪽으로 산책로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계단을 오르면 이렇게 공중 정원같은 산책로가 시작되며, 이 길은 벵센느 숲이란 곳까지 연결되어 호수가 산책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린 한 20분 걷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되돌아 왔다. 
시선이 높아서 날씨 좋은 낮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주위 구경하며 산책해보면 좋을 듯...



산책로에서 바라본 거리...
왼쪽 빨간 차양이 있는 식당이 첫날 도착해서 메종젠의 은조님께서 추천하여 점심을 먹었던 메종젠에서 3분 거리에 잇는 식당인 Les Artisans ... 
서빙하는 웨이트리스 아가씨도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고, 음식도 훌륭했던 식당이라 파리에서의 첫인상으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산책로에서 돌아와 빨래를 건조시켜서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9시...
대강 남아있는 식료품들로 저녁을 때우고 다음날 스위스로 가는 7시20분 기차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Posted by Gol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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